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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뒤흔드는 크로스오버 아이디어,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위장자 2

일상

by youRwell 2023. 11. 1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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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뒤흔드는 크로스오버 아이디어

음반과 항공사, 카드게임과 요리의 관련성을 찾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쩔쩔매겠지만 '메디치효과'에서는 실제로도 가능한 일이다. 이 효과는 생활와 문화 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와 개념이 충돌하면서 믿을 수 없는 혁신을 일으키는 지점인 '교차점'에 대해서 흥미로운 식견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전개를 이끌었던 피렌체 가문의 이름을 딴 메디치 효과는 구체적으로 매우 다른 접근법이며 구조와 사고방식을 지닌 두개 이상의 분야의 연결을 가리킨다. 스스로와 생각을 다른 접근법을 지닌 사람들에게 노출시킴으로써 새로운 식견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메디치 효과에 대해서 들어본 사람이라면 크로스 오버 아이디어도 같은 맥락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이 책의 부제인 '다른 산업에서 아이디어를 훔쳐라'를 본다면 더욱 한번에 감을 잡을 것이다. 고정되어 있는 생각에서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은 아예 다른 분야와 결합을 시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산업의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은 다 나왔다. 더이상 짜낼 생각이 없을 때 어디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인가.

 

혁명적인 방법을 생각해내고 싶다면 답은 딱 한가지다. 그것은 크로스오버, 다른 산업관의 연계점 또는 교차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메디치효과의 대표적인 예로는 자연과 건축을 결합한 것이 있다. 아프리카사바나의 흰개미가 집을 짓는 방법에서 착안한 건축가들은 짐바브웨에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쇼핑몰과 사무실 단지를 건설했고 호주에서는 디자이너들이 '부르키니'라고 알려진 이슬람교 여성들을 위한 수영복을 개발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수영복과는 다르게 부르를 덮어 쓰고 살아야 하는 이슬람교 여자들. 그녀들을 위한 부르키니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슬람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것이 진작에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이처럼 크로스오버의 필요성은 여지없이 현대사회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이 책에의 2장에서는 '질문'에서 시작하라고한다. 질문하는 법을 알려주고 툴을 제시하면서 질문을 진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으니 공부하는 방법을 확실히 보여준다. 다른 산업에서 같은 고민들을 한꺼번에 묶어보기도 하고 전혀 다른 분야의 회사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와플 기계를 보고 운동화를 만들어 내게 된 방식도 이러한 크로스오버적인 생각에서만 가능했을 것이다.

 

가장 흥미가 일었던 것은 지도로 만든 액세서리였다. 처음에는 지도를 잘라서 목걸이나 장신구를 만든 것인가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전혀 다른 모양이 튀어나온다. '매슈'라고 이름 붙여진 프로젝트는 지도에서 여러 장소에 점을 찍으면 그 점들 잇는 선을 그은 후 그 모양대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인 모양같지만 그 누구도 같은 선이 나올수도 없는 독창적인 모양이 만들어진다. 자신이 여행했던 곳들을 연결할 수도 있고 자신이 특별히 가보고 싶은 곳을 지정해서 연결할수도 있을 것이다. 이 얼마나 신기한 발상인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을 떠올리고 그것을 프로젝트화 시킨 것이다.

 

사람의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생각의 교차점, 그 교차점을 찾아라. 그렇다면 당신도 시장을 뒤흔드는 크로스오버적인 아이디어를 분명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하나의 매개체, 두사람의 이야기. 이런 구조는 조조 모예스의 책에서 읽어서 이미 알고 있는 구조이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에서는 그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랜 시간을 건넌 두 여자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그 그림은 오래전에는 누군가의 소유였고 시간이 흘러흘러 지금 그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 있는 그림. 그림을 사이에 둔 두 여자 사의 관계는 어떠하며 그 둘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어떨까.

 

다른 작품에서 이미 그렸던 비슷한 플롯을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설정일 것 같은데 작가는 '일기장'이라는 물건을 통해서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 조조 모예스의 작품처럼 오랜 시간을 건너뛴 것도 아니다. 대략 10년 정도의 시간 간격을 두고 있는 이야기는 그것을 쓴 사람과 읽는사람으로 연결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리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소녀가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생활을 유감없이 담담히 그려낸 일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나는 누구입니다.' 하는 글로 자신의 소개를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대체 이 이야기를 쓴 목적을 궁금해하게 만든다. 이글은 편지글인가 아니면 에세인가 아니면 일기인가 하고 말이다.

 

나오의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면서 우리는 '시간'이라는 흐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나오처럼 내가 지금 존재하고 있는 사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점. 일초만 지나가도 과거가 되어 버리는 지금이라는 시점 말이다. 나오는 그래서 '유시'(有時)라는 말을 생각해 냈었던 것일까.

 

작가인 루스는 어느날 산책을 하다가 밀봉되어 있는 봉지를 발견한다. 처음에는 그녀도 프루스트의 책인줄로만 알았을 것이다. 그 책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책을 펼쳐보고 몇장을 읽어보고 나서야 그녀는 '나오'라는 일본인 소녀가 자신의 사연을 적어 놓은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가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그런대로 글을 읽을 수 있었던 루스. 루스가 나오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 것도 신의 섭리였을까. 그 섬에 사는 다른 누군가가 발견했더라면 읽을수 없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나오의 일기가 이렇게 빛을 볼수나 있었을까. 그저 휴지통에 버려지는 신세가 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루스의 눈에 들지 않았다면 다시 파도에 휩쓸려 저 멀리 태평양이나 인도양 근해로 흘러들어 갔을 수도 있겠다.

 

나오가 왜 이 일기장을 밀봉시켜서 바다에 보냈는즈는지는 끝내 나오지 않는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알수 있는 것은 나오가 자신이 당하는 모든 일을 견디기 위해서는 이야기 할 상대가 필요했고 일에 지친 엄마나 자살시도를 계속 염두에 두고 있는 아빠는 그 대상에 이 되지 못했으며 자신이 믿는 증조할머니는 가까이 살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서 일기가 그 대상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미국에서 자유롭게 살던 나오는 아빠가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고 자신이 가진 돈이 스톡옵션에 걸려 몽땅 날아가면서 갈곳이 없어지자 일본으로 돌아오게 된다. 일본의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그녀에게 주어진 것은 아이들의 이지메. 끝도 없이 행해지는 집단따돌림과 말려줘야 할 선생까지 같은 대열에 합류하면서 그녀는 더욱 힘들게 된다. 나오는 과연 어떤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일까.

 

나오의 일기를 읽게 된 루스는 나오의 이야기가 지금 당장 일어나는 것인양 분개하고 화를 내고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작가의 특성상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그녀는 나오을 찾으려고 한다. 이 일기를 쓴 나오를 말이다. 이름도 있고 장소도 알고 있고. 인터넷이 발달된 사회에서는 맘만 먹으면 찾아낼수도 있지 않을까.

 

오래전 편지를 써서 병에 담아 밀봉해서 물에 띄우면 누군가가 읽어줄 것이라는 소녀적인 감성을 가진 적이 있었다. 실제로 그런 시도가 현실이 되어 뉴스에 나온 적도 있기는 하지만 직접 해보지는 못했다. 병에 담긴 편지가 지퍼백에 담긴 일기장으로 바뀐 것뿐 이야기는 비슷한 가락을 가지고 있다. 루스는 자신이 걱정하는 나오의 현재 상태가 어떠한지 알아낼수 있을까.

 

나오는 따돌림을 이겨내고 일본 사회에 잘 적응했을까. 루스가 걱정해하던 나오의 아빠는 자살충동을 이겨냈을까. 현실적으로 지극히 어려웠던 나오의 집안은 좀 괜찮아졌을까. 나오를 걱정하던 루스의 마음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나조차도 그런 일기장을 발견하다면 푹 빠져서 읽게 되지 않을까.

 

위장자 2

이 책을 읽을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옆에다 시계를 두고 읽으라는 것. 그렇지 않고 읽었다가는 자칫하면 시간개념이 없어지기 딱 좋다. 그만큼 빠져들어서 끝까지 읽어갈수 밖에 없는 그런 책이다. 밤에 읽는다면 날 샐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고 낮에 읽는다면 그 날의 해야 할 일은 미뤄야 할 것임을 미리 경고하는 바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는 작가 약력을 보면 알 수있다. 소설작가라기보다는 드라마 작가임에 분명한 그의 경력. 그는 국가2급 시나리오 작가이다. 그러니 당연히 시나리오를 쓰는데 더 능할 것이고 그런 능력이 소설에도 발휘되어 소설을 읽는데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보는듯한 분위기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긴호흡의 대하 역사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은 이 책에서 느낄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생각 중의 하나이다.

 

1권에서 등장인물들의 설명과 함께 시대적인 배경과 공간적인 배경이 같이 설명되었다. 삼남매중에 막내인 명대가 어떻게 자신의 학업을 포기하고 군사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그 곳에서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를 설명하면서 한사람의 반일운동자를 키워내는 내용이었다면 이번부터는 본격적인, 그야말로 스파이 전쟁에 돌입한다.

 

스케일도 훨씬 더 커졌다. 중심인물로 우뚝 선 명대는 해야 할일이 커졌고 중요한 임무를 맡았고 좀 더 위험해졌다. 삼남애가 같이 살고 있지만 그들은 서로를 모른다. 겉으로는 단지 사랑하고 아끼는 동생이고 누나이지만 그들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모습은, 진모습은 모르는 것이다. 특히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할 것은 둘째, 명루다.

 

그는 겉으로는 보이기에는 일본편에 붙어서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일뿐이다. 친일파. 나라를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공무원이기는 하지만 일본이 판을 치고 있는 시대에 그런 자리에 있으려면 당연히 일본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자신의 나라를 위하기보다는 일본의 왕을 위해서 모든 일을 해야 하는 그런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속내면은 다르다. 그가 그런 위치에 앉아 있는 것은 결코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을 빌미로 삼아서 다른 조직원들이 조금은 더 편하게 일을 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고 더 중요한 정보를 빼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겉모습과 속모습이 다른 명루. 다른 사람 같았으면 어떻게 했을까. 정신이 튼튼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정신분열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을 해야 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그는 훌륭히 자신의 임무를 맡아서 해낸다. 가족도 모르게 말이다.

 

독벌, 독전갈, 독사 등 각종 암호가 그들을 대신한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별명으로 명령을 전달하고 하달받고 임무를 수행해 나간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반일 운동은 잘 이루어질수 있을까. 그들의 존재를 끝까지 들키지 않고 감추어 낼 수 있을까.

 

[무간도]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경찰이 된 조직의 스피이. 조직원이 된 경찰. 그들은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그곳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서 정보를 빼내려는데 최선을 다한다. 어느쪽이 자신의 정체를 끝까지 들키지 않고 지킬수 있을까. 어느쪽이 자신의 조직에 세뇌당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끝까지 지켜낼수 있을까. 그런 심리전의 묘미가 가득한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소설에서는 단지 두명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속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정체를 끊임없이 변화시켜야만 한다. 누가 누구일까. 내가 믿는 그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일까. 물고 물리는 관계는 끝을 알지 못하고 이어진다.

 

명대는 자신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있는지 모르고 단지 명루를 죽이라는 명령만 하달받는다. 형이지만 형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는 조직의 명령을 받아서 형을 죽여야만 한다. 명대는 형인 명루를 죽일수 있을까. 명대가 생각하는 명루는 단지 친일파 일본의 앞잡이일까. 그들의 모든 정체가 밝혀내지는 것은 언제일까. 서로가 총부리를 겨눈 형제들의 모습을 그려낸 드라마의 한장면이 오버랩되어 눈앞에서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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