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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산, 열도 파괴

일상

by youRwell 2023. 11. 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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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산

[프로테우스]로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낯설었다. 들어보지도, 가보지도 못한 지명들과 싸워야 했고 익숙하지 못한 아프리칸 이름들에 어려워했다. 그런 디온 메이어가 돌아왔다. 새로운 주인공 형사 베니와 함께 말이다.

 

첫작품에서 다소 뭉뚝하게 여겨졌던 글들은 날을 갈고 세우고 벼루어서 날카로움을 추구했다. 전작에 비해서 훨씬 더 세련되어진 느낌이랄까. 미국 스릴러다운 맛도 있어진 듯 하지만 여전히 독특한 지명과 사람들로 인해서 작가 특유의 독창성은 잃지 않았다. 그러므로 더욱 읽을 맛을 안겨다준다.

 

전작에서도 활약한 전직 가드 토벨라, 전직 콜걸 출신 크리스틴, 그리고 알콜중독으로 인해서 고통받고 있는 형사 베니가 주축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형사들의 삶이 고되다는 것은 알겠으나 형사=알콜중독은 이미 형사 '해리들'에게서 많이 보았던 설정이 아닌가. 차이점은 물론 있다. 해리는 술을 마신 가운데서도 일을 할 수 있고 미친듯이 자기를 혹사시켜 일을 하지만 베니는 가족이 있고 아이들이 있다.

 

술을 마시되 적당히 마셔야 하는 환경이라는 소리다. 그런 그가 술에 취해서 사람도 못 알아보고 부인에게는 폭력을 행사하고 아이들에게는 막말을 하는 아버지가 된다면 그 누구라도 이혼장을 들이밀 수밖에 없다. 그는 이제 6개월 시한부다. 그동안에 술을 끊지 못하면 이혼하고 아이들과도 못 만나게 생겼다. 아직도 그는 자신의 부인인 안나를 사랑하고 아이들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건과는 별도로 자기 자신을 추스릴 시간이 더 급한 베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토벨라. 그녀의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삼아 이제 겨우 행복하게 살려는 이때 주유소에서 그런 아들을 잃는다. 자신의 아들로 만들기 위해서 서류작업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그게 인정되자마자 날벼락같은 일이 떨어진 것이다. 그들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아이가 죽었다.

 

그러나 그들은 풀려났다. 이제 그는 도저히 저들을 두고 볼 수 없다. 자신의 손으로 이 모든일을 바로 잡을 셈이다. 존 그리샴섬의 [타임투킬]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자신의 딸을 죽인 놈들이 풀려나자 자신의 손으로 죄값을 치루기로 하는 아빠. 토벨라는 과연 자신의 뜻대로 아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을까.

 

목사님과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크리스틴의 이야기.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박스 하나를 앞에 두고서. 그저 평범하게 자랄 수 있었던 그녀는 어쩌다가 성을 사고 파는 세계로 접어든 것일까 어떻게 토벨라와 베니와 엃히게 되는가. 평행선만 유지될 것 같은 이야기는 베니와 토벨라가 접점을 이루고 그곳에 크리스틴이 합류함으로써 드디어 한곳에 모이게 된다.

 

한 곳에서 모인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가느다란 세 가닥의 실이 하나로 뭉쳐서 더 단단해지는 것처럼 마지막을 향해 줄기차게 달려나갈 일만 남았다. 베니는 술을 끊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으며 토벨라는 자신의 아들의 원수를 갚고 크리스틴은 자기에게 닥친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저마다의 삶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안타까움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토벨라가 주인공이었던 [프로테우스]나 [오리온]을 읽을때 들었던 의구심은 형사 베니 시리즈로 인해서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누구가 추천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마음이 조금씩 풀려져 가는 순간이다. 다음 이야기인 [13시간]도 슬슬 궁금해지게 된다.

 

열도 파괴

밀리터리 장편소설. '밀리터리'라는 장르 표명에서 볼수 있듯이 군대를 중심으로 한 소설이다. 그것도 한 나라의 군대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까지 모두 3국의 군대를 중심으로 해서 벌어지는 이야기. 물론 각 나라들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이야기와 중국의 이야기들은 빼놓을 수 없다. 요즘 정세를 바탕으로 하고 읽는다면 더욱 궁금해지는 이야기. 제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손선영 작가의 [판]에서도 일본이라는 나라를 소재로 하고있다. 이 소설에도 그것은 비슷하다. [판]에서는 일본의 침몰을 세계 정세의 '판'이라는 개념과 '지진'이라는 지리적인 판을 원인으로 한다. 이번 이야기는 확실히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일본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은 비슷하기는 하다.

 

지구상에 단 하나 남은 분단국가인 한국과 북한. 그들은 서로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는 있지만 서로를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있고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그런 북한의 주적이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라면 어떨까. 사실 한국전쟁을 시작한 북한의 속셈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한국을 자신들의 나라로 만들고 한반도를 바탕으로 해서 일본까지도 자신들의 영역으로 만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일본이 세계2차대전을 일으킨 원인과도 비슷할 것이다. 한국을 자신들의 손에 넣고 바탕으로 중국까지 자신들의 나라로 삼고 나아가서는 유럽까지도 자신들의 영토로 만들고 싶었던 욕심이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전세계를 일본이라는 나라로 만들고 싶었던 욕망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그런 일본이 패망한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북한은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그들의 욕심이 그걸 충족시키기보다는 더 컸던 것일까.

 

더군다나 일본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점을 이용하려고 한다. 아베 내각의 실세들 그리고 자민당의 집권부내 참의원 3명이 대규모 기업 뇌물 스캔들이 터지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아베신조의 정권. 그런 그들에게 몰리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자신들은 중국과 한국을 찍어 누르고 미국을 잘 구슬려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작 그들에게는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것인다. 총체적인 난국을 반전시킬 수 있는 한 방은 그것은 북한의 침략인 것이다. 과연 그들은 원하는대로 그들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을까.

 

얼마전 일본의 총리가 자신들이 먼저 공격을 할 정당권을 가지겠다고 한 것이 기억나는 대사다. 작가도 아마 그 사람이 한 말을 기억하면서 쓴 것이 아닐까. 일본이 적대하는 국가가 어디일지는 몰라도, 먼저 공격하고 싶은 나라가 어디일지는 몰라도 그것이 과연 그들 국민이 바라는 일일까 하고 궁금해지게 된다.

 

이 말을 했던 이십대의 남자는 또 다른 말을 이어한다. 선제공격을 해서 북한을 짓밟는 것은 좋지만 그 전쟁을 치르 는 병사는 되고 싶지 않다는 것. 누군가는 전쟁에 나가서 싸우는 군사가 되어야 할 텐데 정작 자신은 전쟁을 찬성은 하지만 그 전쟁의 한가운데 서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는 모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을가.

 

우리나라 조차도 지금은 징병제 개념으로 누구나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반드시 군대를 가야한다. 청장년 인구수가 줄고 있는데 나중에 사람이 없을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각국간의 이익과 실리가 얽혀 있는 이야기. 북한의 또다른 공격으로 인해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이 모든 전쟁은 누구에게 이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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