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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왔지만, 샘터 5월호

일상

by youRwell 2023. 11. 2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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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왔지만

대구에서 태어나 창원에서 학교에 입학하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가 다시 대구로 갔다 다시 서울로 와서 죽 살다가 경기도로 빠져서 죽 살고 있는 나는 지방 사람일까 아니면 서울 사람일까.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 한다면 지방사람일 될테고 오래 산 곳을 기준으로 한다면 서울과 경기도를 합한 세월이 거의 대부분이니 서울 사람일지도.

예전에 서울은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이라고 할만큼 나름 무서운 곳이었다. 그만큼 사람도 많고 사기도 많고 좋지 않은 사람도 많으니 조심하라는 뜻으로 나온 말일 것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라 할지라도 나쁜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곳이 비단 서울만은 아닐텐데 그런 말이 나오게 된 것은 그만큼 대도시라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가 아닐까.

 

대도시들은 어느 나라나 다 비슷 할 것 같다는 선입견에 여행을 가도 주로 외곽으로만 돌아다닌다. 일본 또한 몇번 갔지만 도쿄는 일부러 남겨두고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그런 도쿄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방에서 갓 올라온 새내기 나오코. 취직이 된 것도 아니고 학교에 입학하려고 올라온 것도 아니다. 단지 멋진 일러스트를 그리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는 꿈 하나만으로 덜컹 결정해 버린 도쿄행.

도쿄에 온 것은 가족여행, 친구와의 여행, 단체여행 뿐인 그녀가 가족도 없는 이 곳에서 잘 적응해가면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이 책의 즐거움이다. 이제 막 사화생활을 시작하려는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심히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겠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와서 혼자 막 서울생활을 하려는 청춘들이 있다면 더욱더 공감하면서 읽을 책임에 틀림없다.

막상 올라오기만 하면 무엇이든 잘 될것 같았으나 포트폴리오를 돌려도 연락오는 곳은 없고 결국 단기 알바전선에 뛰언든 나오코. 경험이 없으니 단순작업 즉 스시공장에서 알바를 하게 된다. 하루종일 스시를 만들고 처진 몸으로 터덜터덜. 내가 이러려고 도쿄에 온 것은 아닌데라는 자괴심을 가질법도 했지만 그녀는 또 힘을 낸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서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수 있을까.

 

대도시에 사는 이점도 중간중간 나온다. 많은 상점들이 있어서 경쟁이 되니 조금 더 싼 물건을 쉽게 찾을수 있다거나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이 많다거나 하는 점들이다. 지방에 살때 가장 불편한 점은 아무래도 대도시만큼 문화생활을 즐길수가 없는 것일수도 있겠다. 그런 점은 확실히 대도시가 나을수도 있다.

나오코가 헷갈린 것처럼 정신없는 대중교통에 헤멜수도 있겠다. 아무리 지하철이 잘 되어 있다고는 하나 볼때마다 헷갈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복잡한 지하도에서 헤매다 보면 나가면 괜찮을까 하지만 나가면 더 복잡한 것은 당연한 사실. 나오코와 같은 나를 보면서 어쩌면 난 대도시에 알맞지 않은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대도시와 지방의 장단점은 저마다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인해서 지금 어느 곳에 살고 있을 것이다. 어느 곳에 살고 있던지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면 그것 자체로 만족이다.

첫술에 배부르라는 법은 없다. 이것저저것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가고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녀의 꿈에 열화와 같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샘터 5월호

편집자 레터는 '5월에 새긴 이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5월에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면서 적어간 글인데 해마다 5월이면 더욱 생각나는 이름들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장영희 교수님의 글을 더이상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녀가 남긴 글들을 가만히 읽노라면 왠지 봄빛이 따사롭게 비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특히 이번 호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축구수집가의 이야기' 편이었다. 축구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이런 수집품이 있었구나 하고 대충 보다시피 하는 코너였는데 이번에는 제목부터 흥미로왔다. ['1만 4060달러 사건'을 아시나요] 라는 제목이 붙은 이야기. 대체 이 코너에서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수가 없다.

 

그가 이번에 소개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팸플릿.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팸플릿이다. '한국축구단 향항 방문기념'이라는 글씨가 적혀져 있는 책자. 정부가 돈이 없어서 인원이 많은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제외했고 그래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했던 축구대표팀은 동남아 원정을 계획했지만 그 또한 국비로 지출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고 친선경기에서 번 돈으로 갚으라는 말을 들었. 그 말을 들은 선수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스스로 돈을 모아야만 했던 그 시절이 너무나도 암울하게 느껴졌다. 해외에 사는 우리나라 동포들이 스스로 광고를 내고 돈을 모으는 장면에서는 뭉클하기까지 했던, 결국 성공을 못했지만 후원을 받아서 금액을 갚았다니 그때 당시의 힘듦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해서 내심 속상하기도 했던, 그런 사연이 숨겨진 팸플릿이었다. 요즘 이런식으로 경기를 하라면 할 선수들이 있을까. 지금은 많은 후원을 받는데도 경기 결과가 좋지 못하니 조금은 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약 먹을때 하는 기도'가 실린 이해인 수녀님의 글부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는 바리스타 1세대 박이추 씨의 인터뷰, 방송에서 많이 본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씨의 인터뷰도 반갑다. 밥을 한번에 먹는 것과 조금씩 나눠먹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냐고 하지만 과학적으로 풀어서 설명해주니 속속 알기 쉬운 '과학에게 묻다' 코너도 재미나다. 마음껏 먹으면서 다이어트 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분은 이번 호를 꼭 확인하시길.

전북 군산의 임피역사는 샘터을 보지 않았더라면 절대 알수 없는 이야기였다. 전국에 이런 식으로 버려진 간이역들이 얼마나 될까. 기회가 된다면 이런 간이역들을 소개해주는 코너도 생겼으면 하고 바라는 바이다. 여느때처럼 풍성하게 차려진 샘터 5월호. 매달 만나는 친구처럼 반갑고도 즐거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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